지표 읽기

PMI가 50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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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에서 “제조업 PMI가 50선을 밑돌았다” 같은 문장을 만나면 걸리는 데가 있습니다. 50점이 왜 합격선인지, 100점 만점인지, 47에서 49로 올라간 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가 한 번에 안 잡히거든요. 이 숫자는 성적표처럼 생겼지만 성적을 매긴 게 아닙니다. 응답을 센 것입니다.

생산량을 재지 않고 응답을 센다

PMI는 구매관리자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입니다. 기업에서 자재와 부품을 사들이는 구매·자재 담당자들에게 매달 설문을 보내 만듭니다. 이들에게 묻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문이 늘거나 줄면 생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자재 발주가 바뀌니까요.

질문 형식이 중요합니다. “몇 개를 생산했습니까”가 아니라 “지난달과 비교해 늘었습니까, 같습니까, 줄었습니까”를 묻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답은 수량이 아니고 세 갈래의 방향입니다. 10% 늘어난 공장과 2% 늘어난 공장이 똑같이 ‘늘었다’ 한 표를 던집니다.

확산지수 계산 방식 도식. 좋아졌다 비율에 같다 비율의 절반을 더해 지수를 만들고, 좋아졌다와 나빠졌다가 같은 비율이면 결과는 늘 50이 된다 그림 1. 확산지수 = 좋아졌다(%) + 같다(%)×0.5 · 숫자는 계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값 · 출처: 옳은경제 정리

이렇게 응답 비율을 더해 만드는 지표를 확산지수라고 부릅니다.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에, 같다고 답한 비율의 절반을 더합니다. 변화가 없다는 답을 절반만 반영하니 좋아졌다와 나빠졌다가 같은 비율로 나오면 계산 결과는 언제나 50이 됩니다. 50이 경계선인 건 그래서입니다. 누가 정해둔 합격 기준선이 아니고, 양쪽 응답이 맞비길 때 자동으로 나오는 값입니다.

50 아래에서 올라가도 수축이다

여기서 읽기 사고가 제일 자주 납니다. 지수가 47에서 49로 올랐다는 소식은 확장으로 돌아섰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전히 줄었다고 답한 곳이 더 많고, 다만 그런 곳의 수가 전달보다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방향이 바뀐 자리는 50을 넘어선 지점뿐입니다.

PMI 눈금을 50 기준선으로 가른 띠 도식. 50 아래는 수축, 50은 경계, 50 위는 확장이며 50 아래에서 숫자가 올라도 수축 구간에 머문다 그림 2. 50 아래에서 지수가 오르는 것과 50을 넘는 것은 다른 사건이다 · 출처: 옳은경제 정리

반대쪽 함정도 있습니다. 55가 52보다 ‘경기가 더 좋다’는 뜻으로 읽히기 쉬운데, 확산지수에서 숫자 크기는 좋아진 폭이 아니라 좋아졌다고 답한 곳의 비중입니다. 폭을 알고 싶으면 산업생산이나 GDP 같은 통계를 봐야 합니다.

하위 항목 구성도 알아두면 숫자가 달리 보입니다. 미국 ISM 제조업 PMI는 다섯 항목을 각각 20%씩 같은 비중으로 묶습니다.

하위 항목비중읽는 방향
신규 주문20%높을수록 확장
생산20%높을수록 확장
고용20%높을수록 확장
공급자 납기20%느려질수록 지수가 올라간다
재고20%높을수록 확장

표 1. 미국 ISM 제조업 PMI의 하위 항목 구성 · 출처: ISM 지수 산정 방식

공급자 납기만 방향이 뒤집혀 있는 게 눈에 걸립니다. 주문이 몰려 공장이 바빠지면 납품이 늦어지니, 납기 지연을 호황 신호로 읽는 관례입니다. 공급망이 막혀서 늦어질 때도 같은 쪽으로 움직인다는 약점이 여기서 나옵니다.

빠르다는 게 이 지표의 쓸모다

설문이라 집계가 빠릅니다. 한 달 치 응답을 그 달 안에 받아 달이 바뀌면 곧 지수가 나옵니다. 산업생산이나 GDP 통계는 자료를 모으고 검증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니, 같은 달을 두고 두 지표가 도착하는 시점이 꽤 벌어집니다.

설문 지표와 생산 통계의 발표 시차 도식. 설문은 다음 달 초에 방향을 알려주고 생산·GDP 통계는 그 뒤에 크기를 확인한다 그림 3. 같은 달을 두고 설문 지표와 생산 통계가 도착하는 시점 차이 · 출처: 옳은경제 정리

그래서 PMI는 경기 사이클의 방향 전환을 남보다 먼저 가늠하는 자리에 쓰입니다. 대신 심리와 응답에 기댄 숫자라 표본이 바뀌거나 응답자 기분이 한쪽으로 쏠리면 흔들립니다. 방향은 PMI로 먼저 보고 크기는 통계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발표 주체도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은 공급관리협회(ISM)가 내는 지수와 S&P 글로벌이 내는 지수가 따로 있고, 두 기관의 표본과 하위 항목 비중이 달라 같은 달에도 숫자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 PMI는 S&P 글로벌이 집계해 발표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설문으로 만드는 비슷한 계열이지만 기준선과 산정 방식이 달라, 서로 바꿔 읽으면 안 됩니다.

숫자 하나만 다시 보면

50은 좋아졌다는 응답과 나빠졌다는 응답이 맞비기는 자리입니다. 그 아래에서 지수가 오르면 수축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고, 50을 넘어야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크기를 묻는 질문에는 이 지표가 답하지 못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설문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서, 기업에 묻는 숫자와 가계에 묻는 숫자가 왜 따로 돌아가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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