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읽기

위기 때 금이 오른다는 말, 1년치로 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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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크게 빠진 날 뉴스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렸다.” 그 안전자산 자리에 대개 금이 들어갑니다.

정말 그런지 세어봤어요. 최근 1년(2025년 9월~2026년 9월) 264거래일 동안, 시장이 겁먹은 날에 금이 실제로 올랐는지를요.

먼저 나온 답: 안 올랐습니다

VIX가 가장 많이 뛴 15일을 골랐습니다. 그날 S&P500은 평균 1.53% 빠졌고 15일 전부 하락이었어요. 확실히 겁먹은 날들입니다.

그런데 금은 그중 5일만 올랐습니다. 평균으로는 오히려 0.28% 내렸어요.

여기서 글을 끝냈다면 “금은 안전자산이 아니다”가 됐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어요. 왜 하필 15일이지?

며칠을 보느냐로 답이 뒤집혔습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구간만 바꿔봤습니다.

금은 VIX 급등 상위 5일엔 5번 중 4번 올랐지만 상위 15일 30일 전체 하락일로 범위를 넓히면 오른 비율이 33에서 41퍼센트로 떨어진다

각 구간에서 금이 오른 날의 비율. 2025년 9월~2026년 9월 264거래일. 자료: Yahoo Finance(GC=F·^VIX·^GSPC)

가장 심했던 5일만 보면 금은 4번 올랐습니다. 80%예요. 그런데 15일로 넓히면 33%, 30일로 넓혀도 33%, S&P가 빠진 날 전체(113일)로 보면 41%입니다.

같은 1년 데이터인데 “몇 날을 볼 것인가”만 바꿔도 정반대 문장이 나옵니다. 상위 5일을 들면 “위기 때 금이 오른다”가 되고, 15일을 들면 “안 오른다”가 됩니다.

이건 금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런 종류의 숫자를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간은 대개 찾을 수 있거든요.

평소에는 주식과 같이 움직였습니다

구간을 고르지 않고 264일 전체로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상관계수는 금 플러스 0.29 미국채 플러스 0.23 엔 마이너스 0.05 달러지수 마이너스 0.27

S&P500 일간 등락률과의 상관계수. 1.0에 가까울수록 같이, −1.0에 가까울수록 반대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자료: Yahoo Finance

금은 +0.29입니다.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쪽이에요. 미국 장기국채(+0.23)도 마찬가지였고요.

반대쪽에 있는 건 달러지수(−0.27)입니다. S&P가 빠진 113일 중 74일(65%) 올랐어요. 엔은 −0.05로 거의 무관했지만 하락일에는 70일(62%) 올랐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극단적 급락일(상위 5일)보통의 하락일(113일)주식과의 상관
금4/5 상승41%+0.29
달러지수1/565%−0.27
미국채 20년2/538%+0.23
엔4/562%−0.05

2025년 9월~2026년 9월. 자료: Yahoo Finance

「안전자산」이라는 한 단어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들을 묶고 있습니다. 금과 엔은 진짜 급락일에 반응했고, 달러는 일상적인 하락일에 꾸준히 반대로 갔어요.

그럼 금은 나빴나요

그건 또 아닙니다. 같은 1년을 그냥 들고 있었다면 이랬어요.

자산1년 누적
금+23.8%
S&P500+19.6%
엔+4.6%
달러지수+0.4%
미국채 20년+0.4%

2025년 9월 2일 → 2026년 9월 8일 종가 기준. 자료: Yahoo Finance

금은 이 기간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이었습니다. 다만 그건 「주식이 빠질 때 대신 오른다」와는 다른 이야기예요. 오르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서로 다른 성질이고, 안전자산이라는 말은 보통 뒤쪽을 가리킵니다.

이 숫자의 한계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금이 안전자산이다/아니다”가 아니라, 그 말을 볼 때 「어느 구간에서 그런가」를 같이 확인하자는 쪽입니다.

핵심 정리

다음 편에서는 VIX 지수가 실제로 얼마나 앞서 움직이는지, 공포지수가 오른 뒤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를 같은 방식으로 세어보겠습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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