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개념

금리가 1%p 오르면 내 채권은 얼마 손해일까요?

· 📖 약 6분

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미리 정해놓고 사는 상품이라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 채권 계좌를 열어보면 평가액이 줄어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6년 9월 23일 5.114%에서 9월 25일 5.184%로 이틀 만에 0.07%포인트 올랐습니다(야후 파이낸스 ^TNX 일봉 종가). 이런 날 채권을 들고 있으면 값이 내려갑니다.

얼마나 내려가는지는 감으로 맞힐 필요가 없습니다. 듀레이션이라는 숫자 하나가 알려줍니다.

이미 산 채권의 이자는 고정입니다

채권을 살 때 받을 이자는 그 자리에서 확정됩니다. 그 뒤에 시장 금리가 올라 새로 나오는 채권이 이자를 더 주기 시작하면, 내가 들고 있는 채권은 조건이 나빠진 상품이 됩니다. 이자를 올려줄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조절되는 건 값입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새 채권은 이자를 더 주는데 내 채권의 이자는 고정이라, 사려는 사람이 값을 깎아야 수익이 맞춰지는 흐름을 나타낸 도식 그림 1. 금리와 채권값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 단위: 없음(개념 도식) · 출처: 옳은경제 작성

채권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계산이 분명합니다. 새로 나온 채권이 연 5%를 주는데 내 채권은 연 4%를 준다면, 내 채권을 사줄 이유는 값이 그만큼 싸질 때뿐입니다. 채권을 처음 접하면 이 부분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채권이 무엇인가에서 원금·이자·만기의 구조를 먼저 보시면 이 계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듀레이션은 「금리에 얼마나 민감한가」입니다

듀레이션은 돈을 돌려받는 시점들의 무게중심을 연 단위로 나타낸 값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씁니다.

가격 변화율 ≈ −(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듀레이션 8년인 채권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값이 약 8% 떨어집니다. 0.5%포인트만 오르면 약 4%입니다.

듀레이션 2년·5년·10년·20년 채권이 금리 1퍼센트포인트 상승에 각각 약 2퍼센트·5퍼센트·10퍼센트·20퍼센트 떨어지는 것을 비교한 가로 막대 그래프 그림 2. 금리 1%p 상승 시 채권값 변화 근사치 · 단위: % · 출처: 옳은경제 계산(가격 변화율 ≈ −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같은 1%포인트인데 결과가 열 배까지 벌어집니다. 30년 만기 국채가 뉴스에서 유난히 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겁니다. 금리가 특별히 더 많이 움직인 게 아니라 듀레이션이 큽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듀레이션은 만기와 다릅니다. 만기 10년이라도 매년 이자를 받는 채권은 그 이자만큼 돈이 일찍 돌아오므로 듀레이션이 10년보다 짧습니다. 이자를 한 번도 안 주고 만기에 원금만 주는 채권(할인채)은 듀레이션이 만기와 같아집니다. 같은 10년물이라도 이자를 많이 주는 쪽이 금리 변화에 덜 흔들립니다.

팔지 않으면 손실은 숫자로만 남습니다

평가액이 줄어든 것과 손해를 본 것은 다릅니다. 갈리는 지점은 파는지 여부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을 때만기 전에 팔 때
받는 돈약속된 이자 + 만기 원금그날의 시장 가격
금리가 올랐다면받을 금액은 그대로깎인 값으로 실현됨
중간 평가액 하락계좌에만 보임손실로 확정됨
남는 위험발행자의 부도, 물가파는 시점의 금리 수준

기준: 개별 채권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 · 출처: 옳은경제 작성

여기서 자주 갈라지는 게 채권형 펀드와 ETF입니다. 이쪽은 만기가 따로 없어서 계속 사고팔며 굴러갑니다. 「만기까지 기다리면 원금이 돌아온다」는 개별 채권의 성질이고, 만기가 없는 상품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금리가 오른 구간에서 채권 펀드 수익률이 예금보다 나쁘게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받을 금액이 그대로라는 것도 명목 금액 기준입니다. 그 사이 물가가 오르면 손에 쥐는 돈의 실제 가치는 줄어듭니다. 명목과 실질을 갈라 보는 방법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에 있습니다.

근사식은 크게 움직일 때 어긋납니다

듀레이션 계산은 어림입니다. 금리 변화가 작을 때는 잘 맞고, 클 때는 어긋나는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실제 하락폭은 근사보다 작습니다. 반대로 1%포인트 내렸을 때 실제 상승폭은 근사보다 큽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아래로 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휘어진 정도를 볼록성(컨벡시티)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듀레이션 20년 채권에 금리 2%포인트 상승을 대입해 「40% 손실」이라고 읽으면 과하게 나옵니다. 방향과 대략의 크기를 잡는 데까지가 이 숫자의 쓸모입니다. 금리 변화가 0.5%포인트 안쪽이면 근사와 실제 차이는 작습니다.

짧게 줄이면

다음 편에서는 같은 만기인데 왜 어떤 국채는 이자를 더 주는지, 신용등급과 가산금리를 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금리는 표기된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동됩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