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환매조건부채권)란? 채권을 맡기고 빌리는 짧은 돈
증권사 CMA 안내에도 RP가 나오고, 중앙은행 통화정책 기사에도 RP가 나온다. 같은 단어인데 쓰이는 자리가 너무 달라 헷갈리기 쉽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하나뿐이고, 어느 쪽에 서느냐만 다르다.
팔면서 되사기로 약속하는 계약
RP는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의 줄임말이다. 채권을 팔면서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되사겠다는 약속을 같은 계약서에 함께 적는다.
되살 때 값이 팔 때보다 조금 높고, 그 차액이 이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형식은 매매인데 실질은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짧게 돈을 빌리는 것에 가깝다. 기간은 하루짜리부터 몇 달짜리까지 다양하다.
채권을 가진 쪽에는 이 구조가 쓸모 있다. 만기가 한참 남은 채권을 손해 보며 팔지 않아도 며칠치 자금을 만들 수 있다. 돈을 내주는 쪽도 채권을 받아두니 상대가 약속을 어겨도 기댈 데가 있다.
개인이 만나는 RP와 예금의 차이
증권사 CMA나 약정식 RP 상품으로 개인도 이 계약의 한쪽에 설 수 있다. 예금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호 장치가 다르다.
| 구분 | 은행 예금 | RP 상품 | 채권 직접 매수 |
|---|---|---|---|
| 돈이 가는 곳 | 은행에 맡김 | 채권을 담보로 빌려줌 | 채권을 직접 보유 |
| 예금자보호 | 적용 | 적용되지 않음 | 적용되지 않음 |
| 기댈 담보 | 없음(대신 예금보험) | 국채·우량 채권 등 | 해당 채권 자체 |
| 만기 전 값 변동 | 없음 | 약정 수익률로 고정 | 금리 따라 오르내림 |
예금자보호가 안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대신 담보로 잡힌 채권이 있어서 위험이 낮은 편으로 분류될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보 채권의 값이 크게 흔들리거나 거래 상대가 무너지면 그 낮은 위험이 현실이 된다.
중앙은행이 RP를 쓰는 이유
뉴스에 나오는 RP는 규모가 다르다.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RP 거래를 하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며칠 단위로 조절된다.
한국은행은 이 거래에 적용하는 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맞춰 운영한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것만으로 시장 금리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기 때문에, 자금을 빨아들이거나 풀면서 실제 단기 금리가 목표 근처에 머물도록 손을 본다. 금리를 선언한 뒤 그 선언이 지켜지게 만드는 도구가 RP다.
조용하다가 한 번에 막히는 시장
RP 시장은 평소 뉴스에 안 나온다. 담보가 있고 기간이 짧아 사고가 잘 안 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보로 잡은 채권의 값을 시장이 의심하기 시작할 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이 일이 벌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을 묶은 채권을 담보로 굴리던 단기 자금이 한꺼번에 회수되면서, 멀쩡히 돌아가던 금융회사들이 며칠 만에 자금난에 빠졌다. 담보의 값이 흔들리면 담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심을 주지 못한다.
핵심 정리
- RP는 채권을 팔면서 되사는 날짜와 가격을 함께 약속하는 계약이고, 차액이 이자 역할을 한다.
- 형식은 매매, 실질은 채권을 맡기고 짧게 빌리는 것이다.
- 개인이 드는 RP 상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담보 채권이 안전장치를 대신한다.
- 중앙은행은 RP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거나 공급해 단기 금리를 기준금리 근처에 붙들어 둔다.
- 담보 채권의 값이 의심받으면 짧고 안전하던 자금이 한꺼번에 끊긴다.
다음 편에서는 콜금리처럼 담보 없이 하루짜리로 오가는 돈이 RP와 어떻게 다른지 본다.